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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정책 브리프 발표…“출생시민권 폐지 시 한인사회 직격탄” 우려

<앵커>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코리안 아메리칸 인스티튜트(KAI)는 최근 정책 브리프를 통해, 이번 결정이 유학생과 연구자, 전문직 종사자 등 합법적 체류 신분의 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김승교 기자가 전합니다.

사진출처: 코리안 아메리칸 인스티튜트(KAI) 페이스북

연방대법원이 수주 내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리안 아메리칸 인스티튜트(KAI)가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사회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분석한 정책 브리프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출생시민권 논쟁은 주로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이민이나 라틴계 이민자 문제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KAI는 이번 정책 브리프를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 가운데 하나가 오히려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공동체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출생시민권은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비준된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근거하고 있으며, 1898년 연방대법원의 역사적 판결인 ‘웡 킴 아크 대 미국(United States v. Wong Kim Ark)’ 사건을 통해 확립됐습니다.

당시 중국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웡 킴 아크는 중국 방문 후 미국으로 돌아오려다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했습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6대 2 판결을 통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이상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 시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이후 128년 동안 미국 시민권 제도의 핵심 원칙으로 유지돼 왔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행정명령 14160호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가치 보호(Protecting the Meaning and Value of American Citizenship)’에 서명하며 이 원칙의 범위를 제한하려 했습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 바버라(Trump v. Barbara)’ 사건을 심리 중이며, 최종 판결은 7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이 행정명령을 검토한 연방법원들은 모두 효력을 정지시키며 웡 킴 아크 판결이 여전히 구속력 있는 선례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판결이 영구 정착을 전제로 한 이민자에게만 적용될 뿐, 서류미비 체류자나 임시 체류 신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행정명령이 단순히 서류미비 이민자만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행정명령은 두 가지 경우에 출생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머니가 서류미비 체류자이고 아버지 역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입니다.

이 조항은 지금까지 공적 논의의 중심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KAI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두 번째 조항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두 번째 조항은 학생비자(F-1), 교환방문비자(J-1), 취업비자(H-1B), 투자비자(E-2), 관광비자 등 합법적이지만 임시 체류 신분을 가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 가운데 최소 한 명이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라도 시민권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구조입니다.

KAI는 바로 이 조항 때문에 한국계 미국인 사회가 다른 어떤 아시아계 집단보다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미국 이민 패턴은 대부분 임시 체류 신분을 거치는 구조입니다.

국제교육연구소(Open Doors Report)에 따르면 2023~24학년도 기준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약 4만3천 명으로 인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부와 석·박사 과정, 박사후 연구과정을 거치며 10년 이상 미국에 체류합니다.

또한 수많은 한국인 연구자와 방문학자들이 J-1 비자로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H-1B 취업비자로 입국해 영주권을 기다리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영주권 취득이 예정돼 있더라도 수년 동안 법적으로는 ‘임시 체류자’ 신분으로 분류됩니다.

한국계 사업가들의 비중이 높은 E-2 투자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한국 국적자에게 발급된 E-2 비자는 약 6,800건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입니다.

E-2 비자 소지자들은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미국인을 고용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임시 체류자로 분류됩니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행정명령을 합헌이라고 판단할 경우, 이들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은 자동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한국계 사회가 첫 번째 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현재 약 15만~17만5천 명의 한국인이 합법적 신분 없이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자녀 역시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시민권 취득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KAI는 이번 정책 브리프에서 최근 학술지 『Demography』에 발표된 인구학자 제니퍼 밴 훅(Jennifer Van Hook)과 니콜 크라이스버그(A. Nicole Kreisberg)의 연구 결과도 소개했습니다.

연구진은 해당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약 640만 명의 미국 출생 아동이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가운데 약 78%는 라틴계 아동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더 충격적인 결과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같은 기간 약 75만7천 명의 아시아계 아동이 미국 시민권 없이 태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약 61만3천 명, 즉 80% 이상이 부모가 서류미비자가 아니라 학생비자나 취업비자, 투자비자 등 합법적 임시 체류 신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시민권 취득 문제를 넘어 미국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시민권이 없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지만 법적으로는 미국인이 아닌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대학 진학 과정에서는 연방 학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취업과 사회보장 혜택, 각종 공공서비스 접근에서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시아계 미국인을 ‘영원한 외국인(perpetual foreigner)’으로 바라보는 오래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KAI는 또한 이번 결정이 향후 미국의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학생과 연구자, STEM 분야 전문 인력들이 미국보다 캐나다나 호주 등 다른 국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불확실성도 존재합니다.

행정명령은 원칙적으로 2025년 1월 20일 이후 태어난 아동에게만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KAI는 만약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 제14조 자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인정할 경우, 장래 출생자뿐 아니라 이미 미국 시민으로 살아온 일부 사람들에게까지 법적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리안 아메리칸 인스티튜트의 마크 김 대표는 “남북전쟁 이후 150년 넘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미국 시민이라는 원칙이 유지돼 왔다”며 “연방대법원이 오랜 선례를 유지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란과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막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KAI는 출생시민권 논의가 더 이상 남부 국경이나 라틴계 이민자의 문제로만 다뤄져서는 안 되며,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공동체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정책 브리프를 통해 강조했습니다.

KAI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KA.Institute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Radio 김승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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