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대 아파트 관리업체 가운데 하나인 그레이스타(Greystar)가 저소득층 주거 지원 바우처를 사용하는 예비 입주자들의 입주를 조직적으로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버지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는 공정주거법(Fair Housing Law) 위반 혐의로 민원이 접수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김승교 기자가 전합니다.

시민단체 하우징 라이츠 이니셔티브(Housing Rights Initiative)는 잠입조사를 통해 그레이스타가 관리하는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주택 바우처(Housing Voucher) 이용자를 반복적으로 거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버지니아를 비롯해 메릴랜드, 하와이, 뉴저지, 미시간, 캘리포니아, 워싱턴 D.C. 등 여러 지역에서 공정주거법 위반을 주장하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조사 결과, 그레이스타가 관리하는 아파트에서 100건이 넘는 주 또는 지방 공정주거법 위반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했습니다.
주택 바우처는 저소득층 가정이나 장애인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연방법은 임대인의 바우처 수용 여부를 원칙적으로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버지니아를 포함한 많은 주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인은 바우처 이용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4채 이상 임대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은 주택 바우처 이용자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한편, 애런 카(Aaron Carr) 하우징 라이츠 이니셔티브 대표는 조사원들에게 실제 입주 희망자인 것처럼 아파트에 전화를 걸도록 한 뒤, 임대료와 관리비 등 일반적인 질문을 한 후 마지막에 “주택 임대 지원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묻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 대표는 “수차례 같은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반복해서 ‘받지 않는다(No)’였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통화 녹취록과 기록에 따르면, 버지니아 맥클린의 한 그레이스타 관리 아파트 직원은 여러 차례 “우리 시스템은 바우처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지 않다(Not set up)”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 대표는 “그레이스타는 고급 임대주택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으며, 회사가 바우처 이용자를 브랜드 이미지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버지니아 비영리단체 주거기회균등(Housing Opportunities Made Equal of Virginia·HOME)의 토머스 오쿠다 피츠패트릭 국장은 바우처 이용자는 정부 지원을 통해 매달 임대료의 일부 또는 전부가 안정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임대인에게도 안정적인 임차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HOME은 그동안 버지니아 주민들의 주거차별 소송을 지원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실번 홈스(Sylvan Homes LLC)와 칼리지 스퀘어 아파트(College Square Apartments)가 바우처 이용자를 거부한 사건을 합의로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칼리지 스퀘어 아파트 측은 합의 후 직원들에게 버지니아 공정주거법 교육을 실시해 동일한 차별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HOME의 브렌다 카스타녜다(Brenda Castañeda) 정책담당 부국장은 “소득원의 종류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버지니아의 바우처 이용자 대부분은 여성, 특히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며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사는 잠입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카 대표는 “실제 바우처 이용자가 집을 구할 때 겪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법률회사 코언 밀스타인(Cohen Milstein)은 하우징 라이츠 이니셔티브와 함께 각 주의 주거 차별 집행기관과 법무장관실에 관련 민원을 제출했으며,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주택 바우처 이용자에 대한 차별은 저소득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애런 카 대표는 “노숙 문제는 치안, 의료, 응급보호시설 운영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며 “주거 차별은 저소득층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결국 모든 납세자에게 부담을 안기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사건은 특히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DMV 지역에는 저소득층과 노년층,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의 한인들도 정부의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의 조사 결과는 한인사회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의 주거 접근성과 공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K-Radio 김승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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