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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묘지 공사장으로?…워싱턴DC 흑인 공동묘지 관리·소통 논란

<앵커> 워싱턴DC의 역사적인 흑인 공동묘지에서 도로 배수시설 공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미확인 묘지 인근에 중장비와 자재가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관련 정보를 지역사회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D.C. 교통국은 관리와 소통 과정에서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한 가운데, 자세한 소식 김승교 기자가 전합니다.

사진출처. NBC Washington

워싱턴DC 조지타운에 위치한 역사적인 흑인 공동묘지에서 미확인 묘지 보호와 공사 과정의 소통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논란이 된 곳은 마운트 자이언(Mt. Zion) 묘지와 여성 유니언 밴드 소사이어티(Female Union Band Society) 묘지입니다. 두 묘지는 워싱턴DC의 대표적인 흑인 역사 유산으로, 국가사적지에 등재돼 있으며 국립공원관리청은 이곳을 유네스코 ‘노예무역 경로 기억의 장소’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묘지 가장자리에는 흰색과 노란색 깃발이 달린 작은 말뚝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지표면에서 약 3피트 아래에 미확인 매장지로 추정되는 7곳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5곳은 2023년 27번가와 밀 로드 일대 조사에서, 나머지 2곳은 2025년 라이언스 밀 로드 조사에서 발견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주변 도로의 침수와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사에 앞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흑인 조지타운 재단과 지역 주민, 역사 보존 활동가들은 공사 과정에서 미확인 묘지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지 않았고, 워싱턴 D.C. 교통국(District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DDOT) 이 관련 정보를 지역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흑인 조지타운 재단의 리사 페이거 대표는 이 묘지를 단순한 매장지가 아니라 과거를 기록하는 역사적 공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페이거 대표는 “이곳은 야외 도서관과 같다”며 “묘지는 역사의 페이지이며 지워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은 특히 미확인 매장지가 표시된 위치와 공사 현장에 놓였던 중장비가 가까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졌습니다.

페이거 대표는 관련 매장지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제때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교통국 직원으로부터 라이언스 밀 로드 조사 보고서와 관련한 설명을 들은 뒤 직접 보고서를 요청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자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정보공개청구까지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확보한 보고서에는 두 곳의 잠재적 매장지가 확인됐다는 내용과 함께, 해당 위치가 공사 과정에서 중장비와 차량이 놓였던 곳과 겹치는 것으로 보이는 지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교통국측은 실제 묘지 부지에서 굴착이나 발굴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2023년 조사에서 잠재적 매장지가 확인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땅을 파거나 굴착한 공사 구역에서는 잠재적 매장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페이거 대표는 묘지와 주변 도로, 공공 통행로, 배수시설 공사를 서로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시가 이곳을 비어 있는 공간처럼 취급할 경우 역사적 유산이 현장에서 방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25년 작성된 미공개 보고서는 확인된 매장지로부터 50피트 이내에서 공사가 진행될 경우 특별한 모니터링과 보호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반면 교통국이 적용한 추가 보호 기준은 5피트 이내였다고 설명하고, 이 기준이 외부 고고학 컨설턴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 공개 시점을 둘러싼 문제도 논란이 됐습니다.

교통 외부업무 책임자인 올리비아 데드너는 지역사회 간담회에서 보고서가 최종 완성되기 전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교통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데드너 책임자는 이번 사례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공백을 만들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일반적인 인프라 공사에서는 이런 정책이 작동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소통의 부족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역사회 간담회를 앞두고 공사 현장에 놓여 있던 장비와 자재는 모두 철거됐고, 묘지 부지를 보호하기 위한 연석도 설치됐습니다.

데드너 책임자는 지역사회에 충분히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점과 묘지 부지에 건설 자재를 보관한 점을 잘못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문화적으로 관련된 접근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민감한 접근도 필요하다”며 “돌이켜보면 다른 장소를 찾는 데 시간을 들였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역사 보존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한 건설 프로젝트의 관리 문제를 넘어, 역사적 장소와 지역사회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배수시설 공사를 둘러싼 단순한 갈등을 넘어, 개발과 인프라 개선 과정에서 역사적 유산과 미확인 묘지를 어떻게 보호하고, 해당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27번가와 밀 로드 일대 배수시설 공사는 이번 주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흑인 조지타운 재단 측은 공사가 끝난 뒤에도 묘지의 역사적 가치와 미확인 매장지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을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K-Radio 김승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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